주변에 감사한 분들이 참 많음을 느끼는 요즈음이다. 나도 받은 만큼 베풀어야 하는데 막상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먹을 거에 대해서는 더더욱 양보 없고 자비 없는데 2021년에 자전거 입문해서 시즌 동안 거의 매주 붙어 다니다시피 한 욘카차르 부부께서 이연복 셰프의 목란에 예약 해 둔 것이 있는데, 인원 조정이 가능하다고 함께 가자며 권해주셨다.
한 달에 한번 정도는 맛집을 찾아 미식 충전하기로 했다고, 이달은 목란을 가기로 했는데 함께 가면 더 좋을 것 같다며.
천사입니까?
우리는 기꺼운 마음으로 시간을 비우고 약속시간 맞춰서 목란에 방문했다.
평소 유명 맛집 이런 거 관심이 없었고, 미식가라고 하기에도 거리가 있었던 데다, 빈약한 미뢰와 빈곤한 표현력을 자랑하였기 때문에 잘 몰랐으나 여기는 예약 방법이 조금 특이하다.
매달 1일은 다음 달 1일부터 15일까지의 예약이 오픈되고, 매달 16일에는 다음 달 16일부터 말일까지의 예약이 오픈됩니다. 매주 월요일은 정기휴무이므로 1일 또는 16일이 월요일인 경우 다음 날부터 시작됩니다.
그냥...네이버 예약을 받으면 될 텐데 굳이 힘들게 하고 있다. 비록 내가 예약한 건 아니지만 머리가 아파옴과 동시에 인싸력이 상승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예약방식이다. 인기 메뉴인 동파육의 경우 당일 주문이 불가능해서 예약할 때 미리 주문 해 두어야 한다.
인기 메뉴 중 하나인 목란의 멘보샤
멘보샤 맛 거기서 거기지 했으나 다르긴 다르구나 싶다. 새우살이 어찌나 탱글탱글하던지..!
기름에 튀긴 거라 당연하겠지만 오지게 뜨겁다. 소스 콕콕 찍어서 하나씩 먹다 보니 동파육이 나왔다.
느긋하게 시간을 들여 삶고 굽고 졸여 낸 목란의 동파육 자태를 영접하면 조금 전의 멘보샤는 금세 잊힌다.
한 덩이씩 덜어서 경건한 마음으로 먹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동파육 자체가 처음이다.
그러니까 동파육 비교군이 1도 없는 상태로, 동파육 비슷한 거라면 펩시 수육 따위 밖에 떠오른 게 없는 암울한 상태.
생전 처음 먹는 맛이었기 때문인지 목란의 동파육이 워낙 맛있어서인지 첫입 첫인상이 너무나 강렬했다.
얼마나 강렬했냐면 고기가 녹아서 사라진다고 생각될 정도로 부드러웠고 소스에다 뭔 짓을 어떻게 해서 졸였는지 고기 잡내는 1도 없었던 데다, 오랜 시간 조리하는 요리인 거로 알고 있는데 형태 자체는 흐트러짐이 없다. 저 정도로 고기를 괴롭혀대면 여기저기 무너지고 비계는 탈출하고 할 텐데 대체 어떻게 만들어낸 것인가.
어쨌든 네 명이서 열심히 동파육과 멘보샤를 조지고 있다 보니 각자 따로 주문한 요리가 나왔다. 나는 중국집은 역시 볶음밥이지! 이런 생각으로 새우볶음밥을 선택했다. 식사로 볶음밥을 선택한 것은 나름의 모험이기도 한 것이, 일반 중국집에서 볶음밥은 잘 안 먹는데, 워낙 기름을 많이 쓰기 때문에 먹고 나면 속이 항상 좋지 않고 심할 때는 계속 고통받다가 신기하게도 기름만 토하기도 한다.
목란 볶음밥은 기름기가 과하지 않지만 뭔 수로 볶았는지 밥알은 골고루 코팅되어 하나하나 살아있고 재료의 맛이 조화로운 것이 불향이 은은하게 올라오는데 이게 바로 중국식 볶음밥이구나 싶었다. 한입 먹자마자 웃음이 터져 나오는, 중국집 볶음밥의 정석 오브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맛!
또 가고 싶지만 예약... 머리 아파서 못 갈 거 같고, 다른 곳 멘보샤 하고 동파육 먹으면서 은은하게 추억할 거리가 될 듯하다.
- 목란
- 02-732-1245
-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15길 21
-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 영업시간 11:30 - 21:20
- 브레이크 타임 15:00 -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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