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요즘 부쩍 날이 더워져서 오랜만에 밤샘 라이딩을 하기로 했다.
우리는 보통 밤늦게 나가서 해가 뜰 때 쯤 들어오는게 익숙했기 때문에 그날도 10시쯤 나가서 100km 정도 타고 오는 코스를 짜고, 한강 자전거도로 북단으로 해서 팔당 검단산에 있는 현충탑을 목표로 열심히 달렸다.

밤이라 따릉이는 좀 적었지만 산책나온 행인들이 많아서 안전상 문제로 다소 천천히 달리다가 케이던스와 속도를 유지한채로 100km 완주를 해보기로 하고 다람단이 합류해서 신나게 쏘는데도 쫓아가지 않고 묵묵히 달림..ㅋ
다람단은 그 날 알루휠에서 카본휠로 교체했기때문에 신나게 쏘고싶어했으나..나름의 채리티 트레이닝으로 봐주세요. 굽신굽신

열심히 달리다보니 어느새 미음나루고개 나무데크길이라 업힐에서 빠른 다람단을 먼저 보내고 네명 중 세번째로 열심히 올라갔다. 나무데크 안전하게 오른 뒤에, 미음나루 고개 곧바로 넘기 시작.
역시나 다람단 벌써 저 앞의 후미등이 멀어져가고 나는 뒤에서 쫓아오는 뿍님이와 열심히 굴려 미음나루고개 정상에 올랐다.
새벽시간이라 사람도 없고 불빛도 없고 을씨년스러워서 정상에서 쉬지 않고 바로 내려가는데 정상에서 다운힐 시작지점에 볼라드를 지나고 나서 맞은편 차선 너머 풀숲에 자전거 한대가 누워있는게 보였다. 반대편 미음나루고개는 그 구역이 가파르기때문에 못넘고 쉬고있나보다 하고 브레이크 잡으며 다운힐을 시작하는데, 갑자기 뒤에서 뿍님이의 실성한듯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흐흐, 흐흐흐."
미음나루 많이 힘들었구나..? 언덕 오르고 나면 반쯤 넋을 놓고 저렇게 웃기도 했었기 때문에 웜업이 제대로 안되어서 털렸구나 싶어 다운힐 끝난 뒤 물어봤다.
"아까 뭐라고 했어?"
"응?? 나 암말 안했는데?"
"응? 그럼 왜 웃은거야?"
"뭐 나 안웃었어 이상한소리하지마!"
띠용..
안웃었단다..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거기 사망사고 발생 지점인데..
"아, 그럼 반대차선 풀숲에 자전거 한대 누워있던데 그양반이 웃었나보다!"
했더니 자전거도 없었단다 자꾸 이상한 소리 하지말라고 버럭.
소름이 다시 돋아나서 둘 다 말없이 페달만 굴렸다. ㅠㅠ
내리막 시작할때 오른쪽으로 살짝 꺾이기 때문에 웃음소리가 왼쪽에서 나서 오른쪽에서 끝나가지고 바로 뒤에서 웃고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럼 그건 누가 웃은거란 말인가..
뿍님이가 더 무서워할까봐 얘기 못했는데 미음나루고개 지나서 덕소 초입에서 맞은편에서 오고있는 자전거 그림자를 봤는데 아무것도 안지나갔다. 허허 시바..
무서워서 헛걸 봤나 싶어서 잠깐 쉬면서 덕소삼익 편의점에서 보급하고 삼각김밥을 먹으며 놀란 맘을 달래고 다람단에 썰도 풀고.. 소름돋는거 애써 가라앉히며 다시 열심히 페달을 밟아 팔당대교 건너 현충탑 초입까지 갔다.
현충탑에서는 고라니 두마리와 마주쳤는데 고라니가 놀라서 뿅뿅 뛰어 도망, 밤산책하며 잘 쉬고있는데 들이닥쳐서 미안해 고라니야!

현충탑은 밤시간에 조명이 거의 없어서 정말 어두운데 현충탑이라는게 원래 순국선열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 그런지, 소름돋거나 무서운 느낌은 없었다. PR은 역시 안찍혀서 아쉬웠지만 어쨌든 복라 시작.

당연하게도 미음나루를 다시 넘을 자신은 없어서 남단으로 돌아갔다. 깔끔하게 정비 된 암사고개를 지나서 무난하게 복귀 하나 싶었는데 다람단과 헤어진 뒤 잠수교 지나서부터 역풍이.. 심한 역풍도 아니었는데 다리에 힘이 안들어가서 선두 교체하고 뿍님 쫓아가며 꿀 빨다가 너무 힘들어서 양화대교에서 잠깐 쉬고 양갱이랑 포도당 사탕먹고 부활해서 무사히 라이딩을 마칠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해서는 뭔가 찝찝한 기분에 뿍님에게 소금 좀 뿌려달라고 요청.
아무래도 요렇게 뒤숭숭할때는 미신이라도 뭔가 해두는게 맘 편하니까, 나름의 제령(...) 의식을 가진 뒤 자전거에도 뿌려준 뒤 집에 들어갔다. 5년동안 야라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 겪어봤는데, 어떻게든 잘못들은거라고 생각하고싶다. 다시는 겪고싶지 않은 소름 돋는 경험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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